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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음악리뷰

앨범 리뷰: SuperM <SuperM - The 1st Mini Album> (2019)

 

SM의, Capitol에 의한, NCT를 위한 그룹, SuperM

 

 

<미국 시장을 위해 제작된 최초의 케이팝 그룹, SuperM>

 

 10년 전 케이팝의 미국 시장 진출은 모두 실패로 마무리된 듯 했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역으로 미국 음반사에서 케이팝의 미국 진출을 제안하는 시대가 왔다. SM Entertainment(이하 SM)와 미국의 유니버설 뮤직 산하 레이블인 Capitol Records(이하 캐피톨)는 최근 미국 시장을 위한 케이팝 그룹인 Super M(이하 슈퍼엠)을 제작했다. 슈퍼엠은 SM 소속 그룹인 엑소의 백현, 카이, 샤이니의 태민, NCT127의 태용, 마크, 그리고 WayV의 텐, 루카스 총 7명의 케이팝 남성 아티스트들을 차출하여 만든 팀이다. 케이팝 역사상 전례가 없던 독특한 그룹인 슈퍼엠이 캐피톨의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하게 된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비틀즈의 음반을 수입하여 브리티시 인베이젼을 일으킨 주역이자 팝, ,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대형 아티스트를 보유한 캐피톨은 2017년부터 케이팝 아티스트 영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케이팝 어벤져스팀을 만들고 싶었던 캐피톨에게 가장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를 보유한 SM은 최적의 파트너였고, 두 회사의 협업을 통해 슈퍼엠이 탄생하게 되었다.

 

 케이팝 어벤져스라는 세계관을 갖게 된 슈퍼엠은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출신지가 모두 다르고, 각 영웅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존재하는 플롯에 충실하여 멤버들을 구성했다. 한국, 중국, 태국, 그리고 캐나다 출신의 멤버 구성은 큰 틀에서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융합으로 이해된다. 마블의 어벤져스의 팀 구성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슈퍼엠 역시 아시아나 아메리카 지역 출신 멤버라면 언제든 대체도 가능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다국적 무제한 멤버로 구성된 NCT의 세계관과도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되는 효율적인 전략이다. 무엇보다도 슈퍼엠은 미국 시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팀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어벤져스가 전세계적으로 갖는 영향력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청자들로 하여금 상당한 호감을 갖고 슈퍼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컨셉과 목적에 충실한 타이틀 곡 Jopping>

 

 타이틀곡 ‘Jopping’이 훌륭한 것은 케이팝 어벤져스라는 컨셉과 이들의 탄생을 알리는 목적에 맞게 유기적으로 잘 표현됐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와 의상 등 비쥬얼 컨셉을 통해 표현된 이들의 전사적이고 강한 영웅적 이미지와 SMP(SM the Perfomance의 약자로, SM만의 독특한 댄스 음악을 칭함)의 강렬함, 웅장한 에너지는 상당한 유기성을 갖는다. SMP는 국내에선 SM 팬들 만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시선이 존재하지만, SMP의 특징인 록(rock) 사운드와 알앤비적 멜로디, /댄스 비트가 모두 미국 음악에서 차용되었기 때문에 미국 청자에게 어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SMP의 창시자인 유영진과 현재 SM의 댄스음악 제작을 도맡고 있는 LDN Noise가 프로듀싱을 맡아 어벤져스 테마 스코어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호른과 디스토션이 한껏 가미된 기타, 그리고 퓨처 딥하우스가 어우러져 하이브리드 SMP가 탄생했다.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 앞에서 공연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배경과 캐릭터를 가진 멤버들이 모여 슈퍼엠이 되는 과정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케이팝 어밴져스의 탄생을 알리는 데 충실했다. 가사 역시 이들이 미국 시장에 데뷔한다는 목적에 맞게 쓰였다. ‘stage’, ‘bounce’, ‘to the left to the right’ 등 포인트가 되는 훅의 영어 가사들은 모두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이다. 또한 기존 엑소, 샤이니가 여성을 청자로 한 사랑을 다루는 것과 달리 범 우주적인 청자를 설정해두고, 자신들의 무대를 함께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점도 그러하다.

 

 

<타이틀곡만을 위한 구성이 아쉬운 앨범>

 

 트랙의 개별적인 완성도는 모두 평균 이상인 곡들로 구성된 앨범이다. SM의 히트 메이커들인 켄지, Adrian McKinnon, Moonshine등이 참여한 힙합, 알앤비, 댄스 등의 다양한 장르, 그리고 슈퍼엠의 세련되고 초월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낮고 묵직한 베이스와 비트, 차가운 전자음이 주로 사용되었다. SM만의 고퀄리티 사운드 역시 슈퍼엠의 초월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앨범 전체의 사운드가 세련되고 차갑다는 점에선 유기적이지만, 내용의 측면에선 트랙 간의 유기성이 없다. 자신들의 데뷔를 성공적으로 알리는 데 충실한 ‘Jopping’ 외엔 데뷔 앨범에 어울리는 주제를 말하는 트랙이 없다. ‘Super Car’는 자신들의 패기를 표현한 내용과 퓨처 사운드가 ‘Jopping’의 연장선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그 외 곡들은 엑소나 태민 앨범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러브 송들이다. 선 공개 곡 ‘I Can’t Stand the Rain’은 켄지가 잘하는 아시아적 사운드와 팝 댄스가 결합된 곡으로 대북과 아쟁 소리가 인상적이지만, 사랑을 되찾겠다는 남자의 애절함이 왜 이 앨범에서 얘기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트랙 배치를 첫 눈에 반하는 감정을 말하는 ‘2 Fast’, 쿨한 이별을 다룬 ‘No Manners’, 그리고 ‘I Can’t Stand the Rain’ 순으로 했다면 내용 전개 상의 개연성은 있었을 것이다. 데뷔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유닛 곡이 두 곡이나 실린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 각 유닛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팀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줘야하는 데뷔 앨범에서 유닛 곡은 시기 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타이틀 곡은 데뷔 앨범으로서 갖춰야 할 방향성을 충분히 제시하지만, 그 외 수록 곡들은 그 방향성과는 맞지 않아 앨범으로써 유의미한 지점을 찾기는 어렵다.

 

 

<성공 사례를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한 슈퍼엠>

 

 미국에서 성공한 케이팝 사례가 방탄소년단 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 많은 케이팝 팀들이 방탄소년단을 답습하는 경향이 생겼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공감과 위로를 말하는 메시지, 화양연화 스토리와 같은 청춘의 방황, 성장 컨셉 등이 케이팝에서 자주 보인다. 그러나 슈퍼엠은 타겟 시장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바탕으로 아티스트를 기획하였고, 성공 사례를 따르는 대신 자신들에게 맞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한 레이블 내 다양한 아티스트를 활용하여 어벤져스와 접목시켜 케이팝 어벤져스라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만들었고, 음악적으론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SMP를 세계관에 어울리게 구현해냈다. 예정되어 있는 마블 스튜디오와의 파트너쉽을 활용하여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획과 마케팅 방안도 다양할 것이다. SM이 언제나 그랬듯, 트렌드를 따르지 않더라도 이러한 독보적인 컨셉과 음악을 꾸준히 고수한다면 다양성이 존중되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와 앨범 컨셉 기획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다만 앞서 말했듯 앨범 전체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앨범 단위의 완성도는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슈퍼엠의 다음 앨범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방탄소년단의 미국 진출이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미국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여 성공한 케이팝 아이돌이 없다는 점을 슈퍼엠은 기회로 활용했다. 그런 점에서 <SuperM>은 자발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성공을 거둔 최초의 케이팝 그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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